– 2026 SS 컬렉션, 피티 우오모에서 첫 공개
패션은 늘 움직이고, 늘 변화를 요구하죠. 그 중심에서 또 한 번 주목을 끌고 있는 브랜드, 바로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현대 남성복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옴므 플리세(Homme Plissé)**가 오는 6월, 세계적인 남성복 박람회 **피티 우오모(Pitti Uomo)**에서 ‘노마딕(Nomadic)’이라는 키워드로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인다고 해요.
‘움직임의 미학’을 실현한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
이세이 미야케는 1938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났고, 히로시마 원폭의 생존자이기도 해요. 어린 시절 전쟁의 참상을 직접 경험한 그는, ‘파괴가 아닌 창조’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결심했다고 해요.
1965년 파리로 건너가 **지방시(Givenchy)**와 **가이 라로쉬(Guy Laroche)**에서 수학한 후, 뉴욕에서 근무하면서 서양 패턴과 동양적 감성을 융합할 아이디어를 키워갑니다. 결국 1970년, 도쿄에 ‘미야케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하며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시작하죠.
그의 철학은 단순했어요. "몸을 위한 옷을 만들자. 기술을 통해 자유롭게 입을 수 있도록 하자."
이런 철학은 1980~90년대 ‘플리츠 기술’과 만나며 대혁신을 가져오고, 1994년엔 궁극의 기술적 미니멀리즘, **‘플리츠 플리츠(Pleats Please)’**를 론칭합니다.
‘옴므 플리세’, 움직이는 남성을 위한 컬렉션
옴므 플리세는 ‘플리츠 플리츠’의 남성복 버전으로, 2013년 공식 론칭되었어요.
이 브랜드의 강점은 단연 ‘움직임’에 있습니다.
단순히 보기 좋은 옷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기능성과 형태를 고려한 디자인이죠.
특수 열처리 방식으로 접힌 주름은 형태를 기억해 다림질이 필요 없고, 세탁도 간편해요.
그래서 여행자, 예술가, 무용가, 창작자 등 늘 움직이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어요.
그리고 2019년, 파리 패션위크 캘린더에 정식 진입하면서 글로벌 남성복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죠.
2026 S/S, ‘노마딕’으로 진화하다
이번 6월, 옴므 플리세는 피렌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남성복 박람회 피티 우오모의 게스트 디자이너로 선정되어, 2026년 봄/여름 컬렉션을 처음 선보입니다.
이번 컬렉션의 테마는 ‘노마딕(Nomadic)’.
단순히 시즌별 룩을 넘어서, ‘장소와 시간,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옷이 어떻게 움직이고 변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새로운 여정이에요.
브랜드 측은 “앞으로 옴므 플리세는 계절과 장소의 경계를 허물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방식으로 옷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런웨이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진짜 ‘살아 있는 공간’에서 의복의 의미를 되묻는 시도가 될 거란 얘기죠.
브랜드의 또 다른 움직임: IM MEN
IM MEN은 2021년, 이세이 미야케 생전에 그와 함께 출범한 브랜드예요.
그 전신인 ‘ISSEY MIYAKE MEN’은 40년 넘게 이어진 남성복 라인이었고,
IM MEN은 그것을 단순히 계승하는 것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방향의 재구성이라고 볼 수 있어요.
‘남성을 위한 새로운 일상복’을 제안하겠다는 철학 아래,
미야케 디자인 스튜디오(MDS) 내부에서 활동하던 젊은 엔지니어 디자이너들이 직접 개발에 참여합니다.
단순히 멋있는 옷이 아니라, 소재부터 기능성, 구조적인 설계까지 실용을 중심으로 한 진짜 일상복이죠.
“앞으로는 제품의 시대다”
– 이세이 미야케
이 말은 지금 IM MEN의 중심 철학이기도 해요.
디자인보다 ‘엔지니어링’이 앞서는 브랜드?
IM MEN은 일반적인 패션 브랜드처럼 '수석 디자이너'가 중심이 아니에요.
대신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이 결합된 ‘제작자 중심의 팀’**이 브랜드를 이끌고 있어요.
- 가와라 천 – 디자인 / 엔지니어링
- 이타쿠라 유키 – 디자인 / 엔지니어링
- 고바야시 노부타카 – 텍스타일 디자인 / 엔지니어링
이들은 스스로를 ‘디자이너’가 아닌, ‘엔지니어’로 정체화합니다.
단순히 스케치만으로 끝나는 패션이 아니라, 구조와 실용성, 지속 가능성까지 계산된 설계라는 거죠.
“앞으로는 이미지로만 옷을 설명하는 디자이너는 필요 없다.”
– 이세이 미야케
IM MEN이 다른 브랜드와 차별되는 가장 강한 지점입니다.
‘한 장의 천’에서 시작하는 미학
IM MEN의 옷은 이세이 미야케 철학의 핵심인 **‘한 장의 천에서 시작되는 옷 만들기’**를 기반으로 해요.
그 철학은 단순히 실용성만을 의미하지 않아요.
천을 어떻게 자르고, 접고, 이어붙이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사고방식, 시대에 대한 해석, 환경에 대한 태도까지 담긴다는 거예요.
2025 FW 컬렉션에서는 특히
- 환경을 고려한 소재 사용
- 입체적 실루엣과 기능미의 공존
- 비전통적인 패턴 설계 등이 돋보였어요.
그리고 "디자인하지 않은 듯한 디자인",
바로 이것이 IM MEN이 지향하는 가장 진보적인 미니멀리즘이에요.
IM MEN은 이제 막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시작했어요.
이제껏 국내 중심의 소규모 유통에서 벗어나
파리를 기점으로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죠.
이번 파리 런웨이는 단순한 쇼케이스가 아니라,
“우리가 이세이 미야케의 철학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를 전 세계에 처음 소개하는 자리였어요.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름 없는 ‘천재 디자이너’가 아닌,
함께 고민하고 실험하는 엔지니어 팀이 있습니다.